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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인다

동성애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재학중인 학부생이야.

개드립 간 [스압, 노잼, 진지] 게이. 레즈비언.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http://www.dogdrip.net/33650921) 글과

글에 달린 댓글들에서 완전 엉터리 정보가 판치는 걸 보고

시험 끝나고 오랜만에 눈팅하다가 빡쳐서 아이디 만들어서 글쓴다.

 

이런거 생전 처음 써서 재밌게 쓰는 능력은 없고 그냥 분명한 정보만 전달할 거야.

위 글에서 잘못된 정보 지적하고 참고할 만한 내용 덧붙였어.

 

 

 

 

 

1. 게이는 남자의 몸에 남자의 여자의 두뇌를 장착한 거고, 레즈비언은 여자의 몸에 남자의 두뇌를 장착한 거다?

-> X

 

이건 댓글에도 잘 지적되어 있던데, 다시 한 번 정확하게 설명할게.

게이는 '남성의 신체'를 갖고, '남성의 두뇌'를 장착하고, 남성을 좋아하는 사람을 말해.

레즈는 '여성의 신체'를 갖고, '여성의 두뇌'를 장착하고, 여성을 좋아하는 사람을 말해.

개드립간 글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이라고 설명한

'남성의 신체'를 갖고 '여성의 두뇌'를 장착한 사람이나,

'여성의 신체'를 갖고 '남성의 두뇌'를 장착한 사람을 '트렌스젠더'라고 하는거야.

트렌스젠더는 원래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야.

신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지.

 

그럼 게이 중에서 여성스러운 사람은? 여성의 두뇌를 장착한 걸까/

단순히 남자 중에서도 여성성이 강한 남자가 있잖아.

그저 그 사람이 여성성이 강한 것이지 뇌가 여성의 뇌인 것은 아니야.

남성스러운 레즈비언도 마찬가지.

 

 

마찬가지로 게이나 레즈비언이 성관계를 할 때

여성 역할을 하는 게이라고 그 사람이 '여성의 두뇌'를 장착한 것은 아니며,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 역시 '남성의 두뇌'를 장착한 것은 아니야.

 

 

트렌스젠더에 대해서 하나 덧붙이자면

'여성의 신체'를 갖고 '남성의 두뇌'를 장착한 트렌스젠더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좋아하지만, 또 남성을 좋아할 수도 있어.

마찬가지로 '남성의 신체'를 갖고 '여성의 두뇌'를 장착한 트렌스젠더 역시 일반적으로 남성을 좋아하지만, 또 여성을 좋아할 수도 있지.

 

 

즉 신체적 성 - 정신적 성 - 성적 지향성(내가 좋아하는 성)은 완전히 자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

도식적으로 설명해 볼게.

신체적 성 - 정신적 성 - 성적 지향성의 순서대로 늘어놓는 거지.

예를 들면 게이는 남-남-남이지? 레즈는 여-여-여이고.

 

 

즉 성적 정체성은

 

 

남-남-남 / 여-여-여 -> 동성애자

남-남-여 / 여-여-남 -> 이성애자

남-여-남 / 여-남-여 -> 트렌스젠더

남-여-여 / 여-남-남 -> 트렌스젠더이지만 동성('정신적 성'과의 동성)을 좋아함.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거야.

여기서 이성애자인 남-남-여와 여-여-남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가지의 경우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적 소수자의 범위에 포함돼.

물론 이 <신체적 성 - 정신적 성 - 성적 지향성> 외에 다른 변수를 넣으면 성적 소수자는 훨씬 많은 종류가 존재하지.

거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자.

 

 

 

 

 

 

   

2. 성적 정체성(이성/동성/양성/무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은 생물학적 요인(뇌, 호르몬)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 X

 

 

 

위  글 보면 성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인이 뇌나 호르몬 같은 '생물학적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

이런 설명은 성에 관한 대중도서에서 존나 흔한 설명방법이다. 왜? 상식에 부합하니까.

그런 대중도서중에 세계적 명성을 타고 헛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유명한 책이 있는데 한번쯤 들어본 애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야.

개드립간 글에서 참고한 도서 이름이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네?

뭐 이것도 검색해보니 나름 유명한 책이라고는 하는데

이거 제목부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흉내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ㅡㅡ

찾아보니 두 책 모두 논리는 똑같다. 생물학적 요인이 성정체성 결정한다는 거.

두 책이 글을 쓴 방식도 똑같아. 적당히 유머와 위트를 섞어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지.

 

 

이 책(책들)이 믿을만한 것이 아닌 이유는,

이 책은 심리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적 방법을 주로 이용하는 연구 결과만을 편파적으로 차용하고 있어.

(심지어 동성애가 엄마 뱃속에서 결정된다고 하면서 펼치는 논리는 존!나! 터무니없드라. 이런 허접한 논리는 내 생애 처음봤어. 이건 논의를 하기도 부끄럽다.)

 

 

뇌/신경과학 중심의 심리학이나 생물학에서는 성적 정체성이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하는 것은 맞아.

 

 

그러나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 다른 류의 심리학 등의 사회과학에서는 성적 정체성은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사회적 구조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

이런 설명 방식을 대충 통틀어서 사회과학에서는 구조주의적 설명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어.

이게 무슨 논리인지 쉽게 설명해 줄게.

 

 

생물학적으로 성적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건, 우리가 우리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말이지?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의 뇌나 유전자를 뜯어 고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즉 이런 논리를 '생물학적 결정론'이라고 해.

 

 

근데 이 논리는 20세기 중반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어.

왜냐면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성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이런 설명방식은 인간의 자율적인 선택의 가능성을 축소시켜 버려. 말 그대로 '결정론'이니까. 미리 결정되어 타고나는 거잖아.

뿐만 아니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시킬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지.

 

 

인종주의나 우생학과 비슷한 거야.

인종주의나 우생학은 특정 민족이나 인종을 설명하는 데 생물학적 결정론을 갖고 설명해.

그래서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논리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어.

이건 곧바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버리지.

 

 

마찬가지로 성적 소수자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거라고 보면,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비정상적' 이거나 '열등한' 존재라는 근거가 찾아질 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과학적으로 정당화될 위험이 발생하는거지!!

 

 

그래서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하고 등장한 것이 사회과학에서의 구조주의적 설명이야.

이건 깊게 설명하면 너무 어려우니까 간단히 설명할게.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면 '성적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거야.

사회적이란건 여러 의미가 있겠지? 그 사회의 종교나, 문화나, 가족 체계나, 교육 등등.

이러한 설명 방식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거야.

 

즉  성적 정체성이란 것은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잖아.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인 성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없어져.

이성애자 뿐 아니라 동성애자나 다른 성적 소수자 중에 보편적이거나 정상적인 것은 없는거지. 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때문에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보다 우월하다든가 동성애자는 이상한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는 거야.

\

 

그럼 실제로 이런 설명 방식이 경험적인 근거를 갖고 있을까?

엄청나게 방대해.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물론 생물학적 결정론에 따른 설명 방식도 근거를 갖고 있지.

어떤 설명이 완벽하게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그건 아직 학자들도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성적 정체성이 무조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버린다, 즉 동성애자는 무조건 타고난 것이다!라는 생각은

반.드.시 잘못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

만 기억해 줘.

 

 

 

 

3. 동성애자는 엄마 뱃속에서 성별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호르몬이 부족해서 성기만 바뀌고 뇌는 바뀌지 않아서 태어난 것이다?

-> 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설명이다;;;;

이 책 쓴 사람이 약을 빨고 쓴 게 아닌가 의심중이야.

이런게 정통 개드립이지.

 

 

생물학이나 심리학에서도 호르몬이나 뇌에 의해 동성애자가 생겨난다고 설명하긴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절!!!!!!!!!대!!!!!!!!!! 저따구로 설명하진 않아.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만 설명할게.

사실 이제 내가 쓰는 게 귀찮아졌어ㅠㅠ 글도 지겨워질테고...

 

 

호르몬에 의해서 동성애자가 생긴다고 하는 심리학적 설명은 흔히 '호르몬 비조화설'이라고 하는데,

뭐 어머니 뱃속에서 호르몬이 부족해서 남자가 되다말고 여자가 되다말고 하는게 아니라,

선천적이든 후천적인 요인이든 간에

여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남자나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여자는

점차 다른 성으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겠지?(엄마 뱃속에서 바뀌다 마는 게 아니라!!!)

그러다 보면 동성애자가 된다는 설명이야.

즉 성적 정체성에 호르몬의 분비량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거지.

 

 

그 외에 대부분의 포유류의 유전자에는 동성애적 성향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이 극대화될 때 동성애자가 태어난다는 설도 있고,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뇌 구조가 조금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다는 설명도 있어(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는 가설에 따라 천차만별이야)

 

 

이런 생물학적 결정론적인 설명 말고,

내가 위에서 설명한 후천적인 동성애자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주로 성정체성이 확립되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자신의 성적 지향성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이 된 경우에 동성애자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 돼.

 

 

이를테면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이 갖고 있는 동성애적 성향이

유아기 가정 내에서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성역할을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

킨제이보고서로 유명한 Kinsey는 모든 사람은 양성애적 기질을 갖고 있고,

그들의 현실적인 삶의 환경에 따라 구체적인 성적 지향성이 강해진다고 봐(이성애적 성향, 동성애적 성향 중에서 특정 성향이 강해짐).

그 외에 뭐 또 많은데... 여기까지만 하자 힘들다;;;

 

 

 

 

 

4. 그럼 동성애자를 알고 싶으면 무슨 책을 봐야하는데?

 

 

 

여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은 사람들은, 고작 대학생 주제에 유명한 책이 뭐가 그리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그런데 분명히 알려주고 싶은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유명한 대중서적중에(2번에 소개했지?) 사이비가 엄청나게 많다는 거야.

인터넷 상에서 유포되는 정보 중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

그래서 베스트셀러이고 세계 몇십 개 국가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무조건 신뢰하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런 책은 잘못된 정보를 담거나 어느 한 쪽의 설명에 치우쳐서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한 오해를 증폭시킨단 말야.

그런 책들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한다기보다 글을 예능처럼 써서 사람들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것뿐이야.

만약 진짜 관심이 있다면 좀 어렵더라도 더 학술적인 차원에서 쓰인 책들을 찾아보길 바래.

 

 

 

 

 

 

 

 +) 3줄 요약

1. 동성애자는 생물학적으로 선천적으로만 만들어진다고 하는 뻘글이 있음

2. 벗뜨 사회적 + 후천적 요인으로도 만들어짐.

3. 고로 동성애자들 존중하자